수·포·자는 없고 수·재·자만 있다.
좀 더 현실적으로 말하면 이런 시간과 노력을 수학 말고 오히려 다른 과목에 투자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느껴, 아예 수학 공부를 포기하고 안하는 학생을 말한다.
하지만 수학을 포기하면 본인이 원하는 좋은 대학에 합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결국 수학 포기는 최악(最惡)의 선택이 아니라 학생 본인도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차악(次惡)의 선택인 것이다.
그런데 많은 과목 중에서 국어, 영어 등의 포기자 즉, 국포자, 영포자는 별로 없는데 수학 포기자는 엄청나게 많을까?
이는 다름 아닌 수학 과목만의 독특한 학습체계 때문이다.
즉, 수학 과목은 다른 과목에 비해 가장 기본적인 step-by-step 학문이다.
한마디로 앞 단계의 하위개념,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면 현재의 상위개념, 원리를 이해하기 어려운 구조로 되어 있는 학문이다.
수포자도 역시 수학의 이런 학문상의 기본구조에 대해 최소한은 알고 있다.
단지 이러한 구조는 알되, 현재의 개념, 원리를 이해하고 또는 문제를 푸는데 그 전(前)단계의 개념, 원리가 어떤 것이지를 모를 따름이다.
어떤 학생도 처음부터 현재의 개념, 원리를 다 잘 알고 있지는 않다.
전단계의 개념, 원리 지식을 동원하여 현재의 개념, 원리를 이해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다른 과목에 비해 유독히 수학은 이런 연결고리 또는 연관 관계가 훨씬 복잡하고 단단하게 서로 얽혀있다.
한편 문제를 풀고 해답을 맞추는 과정에서 수학 과목만큼 재미와 희열을 느끼게 하는 과목도 없을 것이다.
따라서 게임을 즐기듯 문제가 잘 풀리면 수학은 분명 재미있는 과목이다.
또한 과목의 특성상 많이 외우지 않고 어느 정도 잘 이해하고만 있어도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따라갈 수 있는 과목이다.
외우기 싫어하고 약간 게으른 학생에게는 오히려 취향에 맞는 과목이라고 할 수 있다.
공부해 보면 아마 영어 단어의 spelling을 외우는 것같이 귀찮은 일도 없을 것이다.
영어 단어 하나 외우기보다 하나의 수학 원리를 이해하기가 훨씬 쉽게 느껴질 수도 있다.
나의 경험상, 수학 공부에 흥미를 잃은 학생들에게 학기가 2~3달 지난 후에 ‘수학이 재미있니?
아니면, 영어가 재미있니?’라고 물어보면 거의 모든 학생들이 수학이라는 대답을 할 때, 앞에서 이야기한 두 가지 사실에 더더욱 확신을 갖게 되었다.
즉, step-by-step인 수학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공부하면 거의 모든 학생들은 수학에 재미를 느낀다고...
따라서 수학을 포기하는 수포자는 처음부터 없었으며, 수학을 차근차근 공부하면 재미를 느끼는 ‘수·재·자’는 처음부터 있었다고 확신한다.